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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품 인품

사람은 누구나 고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그 향은 입을 통해 발산되기 한 사람이 쓰는 말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입만 열면 거친 말과 욕을 쏟아내는 바람에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말로 허브 같은 향을 발산하는 사람 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가정 환경이나 성장 배경,

교육 수준이나 사고 수준, 그리고 가치관 등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걸어온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애써 들여다보지 않아도 사람의 내면세계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쓰는 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달라 보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가치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배우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배움의 문제는 아니다. 교양을 따지는 것도 아니다.

먹고사는 게 고단하다 보니 배움 자체를 사치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배우지 못했음에도 나이 들어가며 말이 순화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나이 듦에도 불구하고 젊었을 때의 말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비록 젊었을 때는 젊음의 혈기로 거침없이 내뱉었던 말들도

삶의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더욱 많은 거름장치를 거쳐 입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묵으면 묵을수록 자극적인 독소는 빠져나가고 깊은 맛이 나는 된장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인생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 말 습관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이 든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말처럼 보기 안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나 역시 누군가를 험담하기도 했고, 말로 사람들을 아프게 한 적이 한 번이 아니건만 과연  비난한 자격이 있는 걸까?
내가 내뱉은 말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린 사람들도 많을 텐데,

늘 향기 나는 말만 써 왔다고 우길 수 있을까?

행여나 상처 주는 말을 했고,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고 우긴다 한들,

내가 내뱉은 말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가면서, 적어도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나이가 부끄럽지 않은 것이어야 할 텐데 과연 난 내 나이에 걸맞은 말 그릇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품은 언품에 의해 완성되거늘,

과연 사람들은 내가 내뱉는 말을 듣고 나의 인품을 어떻게 평가할까?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하루였다.